잊지 않겠습니다.

'제품으로서의 소프트웨어'에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 Software as a Service)'로의 변화는 시대적 대세다. 이로써 고객은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공급 업체는 안정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할 수 있다.

이와 관련, IDC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서비스 매출액이 2008년이면 전체 소프트웨어 매출액 중 56.3%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소프트웨어 지원 서비스(Support) 시장은 하드웨어 지원 서비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5.4%보다 높은 9.1%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의 전체 소프트웨어 사업 금액 중 유지보수(Maintenance & Support) 사업 금액의 비중은 21%. 이는 51%인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심지어 공공 부문의 유지보수 사업은 소프트웨어 사업 수주 금액 대비 17%에 불과해 더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2004년에 발표한 <패키지 SW 유지보수 서비스 실태 조사>자료에 따른 것으로, 2006년인 현재에도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유지보수율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한, 질높은 서비스도 요원할 것이다.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까닭이다.

업그레이드·기술 지원 포함한 '유지보수 서비스'

IDC는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 중 '유지(Maintenance)'에 해당하는 서비스로 업데이트, 업그레이드, 패치 및 오류 수정, 일상 기술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또 '지원(Support)'에는 전화, 원격 지원, 온사이트 지원, 예방·예측적 지원, 지원 관련 유지(maintenance)로 규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패키지 SW 유지보수 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규정하고 있다. 정통부는 △패치, 업데이트, 업그레이드 등 '제품 관련 서비스' △일상 지원을 포함한 장애 처리와 예방·예측 지원, 고객 맞춤 지원을 포함하는 '기술 지원 서비스' △운영자와 사용자에 대한 '교육 서비스'를 유지보수 서비스 범주에 넣었으며, 지원 매체는 전화, 온라인, 방문 지원 서비스로 구분했다.

현재 국내외 업체들이 규정하고 있는 유지보수(Maintenance & Support) 서비스의 개념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제품의 기능을 일부 보완하는 '마이너 업그레이드'와 달리, 버전 자체가 크게 변하는 '메이저 업그레이드'가 유지보수 서비스에 포함되는 경우 서비스의 가격이 다소 높게 산정된다.

기술 지원 서비스도 지원 인력, 지원 시간, 방문 횟수나 지원 대상수에 따라 차등 적용되기도 한다.

유지보수 서비스 비용 '원칙대로 받기 힘들다'

2003년 말 오라클은 새로운 유지보수 정책에 따라 모든 제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제품 공급가의 '22%'라는 유지보수료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오라클은 국내 고객들로부터 수많은 질타를 받았고, 고객들을 설득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주요 고객인 금융권에서는 오라클의 정책에 강하게 반발, 당시에 200억 원 가까운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결국 오라클은 금융권 고객과 협의를 통해 2004년부터 매년 1%씩 요율을 올려 3년 후에는 22%의 유지보수율을 지불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당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재 오라클은 국내 모든 고객에게 22%의 유지보수율을 적용하고 있다. 유지보수 계약 비율도 타 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라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SAP는 5년간 17%의 유지보수율을 기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본 유지보수 기간이 끝나면 1년간 2%의 추가 비용으로 유지보수를 연장하도록 하고 있다. 1년 이후에는 4%의 추가 비용으로 2년간 또다시 연장 유지보수가 유지된다. 연장 유지보수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기존의 표준 유지보수 비용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과 SAP는 국내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고수, 예외 없이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IBM, HP, CA 등 대부분의 외산 업체들은 20%대의 유지보수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계약상에서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 외산 업체의 관계자는 "국내 실정상 본사의 20% 원칙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국내 고객들은 유지보수 계약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계약 금액에 따라 유연하게 계약을 하고 있어, 실제 적용되는 유지보수 가격과 유지보수 리스트 프라이스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사정도 나을 것은 없다. 오히려 외산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10∼15%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공공 부문은 '평균 8%?'

그나마 일반 기업들은 인식 수준이나 비율이 나은 편이다. 정부/공공 부문에서는 '유지보수 요율 8%'가 거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포스코와도 22% 계약을 고수하는 오라클조차 공공 부문에서는 본사의 승인을 얻어 8%의 유지보수율을 적용하고 있을 정도다.

정부/공공 부문에 공급이 많은 핸디소프트의 경우, 외산 업체들보다 높은 12%의 유지보수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높은' 비율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핸디소프트의 기정수 과장은 "서비스 조건에 따라 10∼15%의 서비스 요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에는 기능 보완이나 일부 수정이 아니라 '추가 개발'이라고 할 만한 요구 사항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넉넉한 요율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티맥스소프트의 홍장헌 차장도 "공공기관은 대체로 전년도 비용을 기반으로 다음 해의 예산을 미리 책정하기 때문에 요율을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공공 부문의 유지보수 요율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 외산 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유지보수 요율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유지보수 전문 업체들은 편법을 써서 총액을 가이드라인에 맞추기도 하며, 서비스 수준의 저하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유지보수 비용이 턱없이 낮다보니 공급 업체로서는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에 고객들은 만족하지 못해 유지보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유지보수 요율의 현실 '절실'

유지보수 요율이 고객에 따라 널뛰듯 달라지는 것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딸려오는 부속품' 정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오라클 기술서비스본부의 최상곤 본부장은 "공공기관의 유지보수 요율이 8%대로 묶여있는 것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라며, "소프트웨어의 서비스에는 하드웨어와 달리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지원까지 포함돼 있는데, 이러한 개발 비용과 원가를 무시하고 단순 지원 서비스로만 치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오라클의 22% 서비스 요율 내에는 업그레이드를 위한 것이 15%, 일반적인 유지(maintenance) 비용이 7% 포함돼 있다.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유지보수는 7%에 해당하는 것이며, 버전 업까지 보장되는 업그레이드 관련 개발비와 원가가 15%에 해당한다. 제품 수명 주기가 2∼3년인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유지보수 서비스 구매 시 신제품 구입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HP나 IBM, CA 등의 20%의 요율을 적용하는 외산 업체들은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 내에 마이너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메이저 업그레이드까지 포함돼 있으며, 패치와 일상적인 기술 지원 서비스, 장애 처리, 교육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보다 다소 낮은 요율의 국산 업체들은 메이저 업그레이드 시 할인해 주기는 하지만,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외산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당한 서비스 비용 지불이 질 높은 서비스 담보

유지보수 서비스 요율에 대한 문제는 공급 업체와 고객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공급 업체들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면서 라이선스 가격은 물론, 유지보수 요율도 일관되게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 역시 유지보수 서비스와 단순 '하자보수'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서비스=무료'라는 인식을 고수하는 것도 문제다.

그 중재 역할은 정부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서비스 요율에 대한 지침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 의식 하에 올해 3월 말이나 4월 초쯤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통부 SW진흥팀의 윤현주 사무관은 "유지보수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대원칙 하에 1분기 중에 관련 계획을 세우고 2분기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며, 요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텔에 가면 일정 금액의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최대한의 편의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대부분 이것이 부당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대가는 분명 지불해야 하며, 그에 마땅한 수준의 서비스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Y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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